튀르키에: 이스탄불에서 고양이와 나눈 눈맞춤
고양이를 몰랐던 내가, 고양이를 알아보기 시작한 순간
이스탄불은 내게 특별한 계획이 없던 도시였다.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 동서양이 만나는 그 풍경이 아름답다는 말만 믿고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숙소 근처 골목에 발을 디딘 첫날, 내 여행은 아주 느닷없는 존재와의 만남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 카페 앞, 햇빛이 살짝 기울어진 오후.
의자 하나를 차지한 고양이가 있었다.
그 고양이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냥 그 자리가 당연한 듯,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고양이라는 존재가 이렇게 고요하고, 당당하고,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나라가 아닌, '공존하는' 나라
며칠이 지나자 깨달았다.
튀르키에에서 고양이는 애완동물(pet)이 아니라, 도시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고양이를 쓰다듬기도 하지만, 억지로 안거나 사진을 찍으려 들지 않는다.
고양이도 그걸 아는 듯, 느긋하게 골목을 걷고, 가게 안으로 당당히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 낯설고 부러웠다.
사람과 동물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서로의 선을 지키며, 동시에 함께 살아가는 풍경이라니.
"누구 고양이에요?"
"다 우리 고양이예요."
카페 사장에게 조심스레 물어본 적 있다.
"이 아이.. 누구 고양이예요?"
그는 웃으며 말했다.
"얘요? 얘는 다 우리 고양이예요."
그 한마디가 가슴 깊이 박혔다.
그 말은 단순한 대답이 아니었다.
이 고양이는 내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아닌 것도 아니라는 의미.
이해하고 배려하는 문화, 공동체의 공감 능력이 그 말 한마디에 다 담겨 있었다.
내가 고양이의 시선을 처음 이해한 순간
어느 날 오후, 골목 벤치에 앉아 쉬고 있을 때였다.
조용히 내 앞에 다가온 고양이 한 마리.
나는 순간 숨을 멈췄다.
고양이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고, 아주 짧은 순간, 무언가를 전해받은 기분이 들었다.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 눈빛 속에는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우린 같이 살아가는 존재야. 날 해치지 않는다면, 난 네 곁에 있을 수 있어."
그 짧은 눈 맞춤이 내 마음을 묘하게 울렸다.
그 순간부터였다. 고양이를 '귀엽다'고만 생각했던 내 태도가 바뀌기 시작한 건.
고양이와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던 도시
그때까지만 해도 난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었다.
특히 고양이는 나와 먼 존재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튀르키에에서, 길 위의 고양이들과 나눈 짧은 교감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삶'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 도시에서 고양이에게 배웠다.
* 자기를 아끼는 법
* 거리를 지키는 법
* 억지로 다가가지 않는 따뜻함
* 존재만으로도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는 것
한국으로 돌아온 후, 머릿속에 계속 맴돌던 그 눈빛
돌아온 지 몇 주가 지나도, 이스탄불 거리에서 만난 고양이들의 모습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특히 그 카페의 의자 위에 앉아 있던 고양이.
지금도 생각난다.
'나중에 정말 여유가 생긴다면 고양이와 함께 살고 싶다'는 처음의 그 마음.
몇 년 후, 나는 오월이를 만났다.
어쩌면 그 만남은, 그때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스탄불에서 시작된 눈 맞춤 하나가, 내 삶을 조금씩 바꿔놓았던 것이다.
고양이의 눈은 나를 바꾸었다
튀르키에는 아름다운 도시였지만, 나에게 그보다 더 특별한 건 고양이들과의 짧은 인연이었다.
어떤 기념품보다, 어떤 절경보다, 내 마음에 오래 남은 건
그들의 시선, 태도, 거리, 그리고 온기였다.
이 여행이 끝나고 나서야 알았다.
나는 단순히 여행을 한 것이 아니라,
고양이에게 마음을 여는 방법을 배우고 돌아온 것이라는 걸.
역사 속 고양이와 튀르키에의 특별한 인연
이슬람 문화 속 고양이의 위치
이슬람에서는 고양이를 청결한 동물로 간주합니다. 이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고양이를 사랑했다는 전승에서 비롯되는데요, 무함마드가 기도를 위해 겉옷을 들려할 때, 자신의 소매 위에서 잠든 고양이를 깨우지 않으려고 소매를 잘라냈다는 이야기는 아주 유명합니다.
그 영향으로, 고양이는 모스크 안에도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는 동물이 되었고, 성스럽고 복된 존재로 인식됩니다. 이슬람권 국가 중에서도 유독 튀르키에는 이 고양이 존중 문화를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흡수한 사례입니다.
오스만 제국 시절의 고양이 공존 구조
오스만 제국 시기에는 항구도시인 이스탄불에서 쥐와의 전쟁이 이어졌습니다. 당시 쥐는 곡식 저장고와 선박을 위협하는 존재였고, 그 위협에서 사람들을 구한 건 바로 고양이들이었습니다.
덕분에 고양이는 실질적인 구원자로 여겨졌고, 자연스럽게 도시에 정착해 사람과 공존하게 되었죠.
📍 다음 이야기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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