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월이는 부르면 옵니다

요즘 오월이(13살)는 부르면 옵니다.
예전엔 이름을 불러도, 귀만 한 번 움직이거나
꼬리를 흔들흔들하며 꼬리로 대답하던 아이였는데요.
이제는 "오월이" 하고 부르면
잠깐 망설이다가도 천천히 걸어옵니다.
그게... 참 이상합니다.
기쁘면서도, 마음 한쪽이 조용히 내려앉습니다.
무릎에도 자주 올라옵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게
체온이 먼저 와닿습니다.
잘 때도 그렇습니다.
예전엔 각자 잠자리가 분명했는데
요즘은 제 옆에서 잠이 듭니다.
숨소리가 가까워서, 밤중에 몇 번이나 깨어나게 됩니다.
행복합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장면이니까요.
그런데 동시에
마음이 조금... 슬퍼집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이제는 덜 독립적이어서 그런가."
속담 하나가 괜히 떠오르기도 합니다.
안 하던 짓을 하면…
그래서 요즘 저는
오월이를 부르면서도
속으로는 부르지 말까, 잠깐 망설입니다.
혹시 이 시간이
어떤 준비의 시작일까 봐요.
그런데 문득,
이렇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월이는
이별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지금을 더 잘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요.
어릴 땐 혼자서도 충분했고,
세상과 거리를 두는 게 자연스러웠다면
지금은
따뜻한 곳이 어디인지,
편안한 사람이 누구인지
더 정확히 아는 나이가 된 건 아닐까..
무릎 위에 올라오는 건
불안해서가 아니라
안전하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옆에서 자는 건
의존이 아니라
신뢰일지도 모르고요.
그래서 요즘은
슬픔이 스며들면
"그래도 지금은 함께구나" 하고
다시 숨을 고릅니다.
오월이가 부르면 오고,
제가 가만히 있으면 곁에 있는 이 시간은
어쩌면
이별의 예고가 아니라
함께 쌓아온 시간의 결과일지도 모르니까요.
슬픔이 살짝 섞인 감사는
오히려 더 따뜻합니다.
요즘 오월이는 부르면 옵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히 좋은 날이라고
저는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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